항생제 내성은 단순히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어지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평범한 수술이나 화학요법 등은 모두 항생제에 의존적이기 때문입니다. 내성균이 광범위하게 퍼지면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던 현대 의약품은 대부분 쓸모가 없어지게 되며, 최악의 경우 페니실린을 발견한 1928년 이전으로 의학 수준이 퇴보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작은 상처 또는 감염만으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림1. 항생제 이전 시대의 수술, 그림 출처 : BBC, newsbeat>

1928년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Penicillin)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은 이러한 항생제 내성 문제를 예견했었습니다.

“The time may come when penicillin can be bought by anyone in the shops. Then there is the danger that the ignorant man may easily under dose himself and by exposing his microbes to non-lethal quantities of the drug make them resistant."
"누구든지 가게에서 페니실린을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무지한 사람들이 쉽게 약을 복용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몸 안에 있는 세균이 약물에 노출됨으로써 그 세균이 내성을 갖게 될 것이다." 

- 알렉산더 플레밍, 1945년 노벨상 수상 강연 중


플레밍의 경고대로 우리는 내성균과 싸우고 있습니다. 항생제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아이들에게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고 있으며, 여러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다제내성균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다제내성균이란 세균이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세균을 의미하며, 슈퍼박테리아(super bacteria)라고 불립니다. 이러한 다제내성균을 극복하기 위해서 보다 강력한 항생제의 개발과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평균 10년이라는 개발소요시간과 8,000억에 이르는 투자비용은 신약개발을 주저하게 하고 있으며, 항생제 오남용에 대해서도 단순히 환자의 항생제 사용량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다양한 차원에서의 다제내성균에 대한 실태 파악 및 관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사실 항생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공중보건, 농축수산, 식품,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동물들의 내성균은 배설물을 통해 토양과 하천 그리고 공기 중으로 유입됩니다. 또 일부는 식품에 포함되어 최종적으로는 사람에게 전파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결국 항생제를 먹지 않아도 내성균이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때문에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주체가 참여해야 합니다. 그동안 여러 주체들이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개별적으로 문제를 다루어 왔으나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모여 정례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부족했으며, 현장에서 제기된 의견이 정책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관계전문가와 정책담당자가 참여하는 ‘제1차 항생제 내성 포럼’(One-health, 항생제, 내성균 3가지 분과로 운영)이 열렸습니다. 다양한 부처의 전문가의 전문적 지식에 기반을 둔 정책 제안 및 자문을 통해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림2. 항생제 내성균의 감염 경로, 그림 출처 : e실버news>

현대사회에서는 반려동물, 식품대량생산, 해외여행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각 질병에 대해 개별적 대응이 무의미하며, 사람, 동식물, 환경의 건강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항생제 내성균은 다양한 경로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사람, 동식물, 환경의 건강을 불가분의 관계라고 인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바로 ‘원 헬스(One-Health)’라고 합니다. 원 헬스라는 개념은 이미 OIE(국제수역사무국)에서 2000년 초반에 고안되었습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각국 정부에서는 항생제 내성문제 해결을 위해 원 헬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림3. 원 헬스(One-Health) 구조, 그림 출처 : UCDAVIS>

항생제 내성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항생제 내성현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의학적 측면과 더불어 원 헬스적인 측면에서 사람, 동물, 환경의 영향력에 관해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나 영국의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에서는 항생제 내성현황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포괄적인 원 헬스 측면의 정책을 내세워 항생제 내성연구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또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EU, 일본, 중국, 스위스 등 많은 국가와 기관들이 Global National Action Plan의 원 헬스 정책을 내놓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원 헬스 기치 아래 내성균과의 전쟁을 선포하였습니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가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2016-2020)을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고 내성균 전파를 차단한다는 비전을 제시하였으며, 인체와 비인체로 구분지어 각 분야에 사용되는 항생제 사용률 감소 목표를 구체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각 부처별로 집중 관리해야 할 병원체가 나누어지기 때문에 내성균에 대한 통합적 감시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여 부처별 연계활동 및 비교·통계·분석 활동이 가능해진다면, 나아가 국가적 관리대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국가 항생제 내성 현황에 대한 조사체계를 마련하였습니다. 서울·부산 등 6개 권역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균 감시 결과(2016년 5월 ~ 2017년 4월)를 세계보건기구(WHO)와 공유하였습니다. 2017년부터는 Kor-GLASS 통합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8개 권역으로 확대해 수집된 모든 데이터는 운영·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수집 항생제 내성균 및 정보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며, 내성균주 고유의 감수성, 생리학적, 유전적 특성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만 건에 이르는 데이터를 통해 여러 가지 통계 정보를 산출할 수 있어 항생제 내성균 정보를 제공한 수집기관의 개별 통계 자료는 물론이고 기간별, 균종별, 검체별로 내성률에 대해 의미 있는 결과를 산출·제공할 수 있습니다. Kor-GLASS 통합데이터베이스의 국가항생제 내성에 대한 내성결과는 원 헬스적인 측면에서의 대책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4. Kor-GLASS 운영체계, 그림 출처 : 질병관리본부, 보도자료>

Kor-GLASS 통합데이터베이스는 항생제 내성 정보를 수집할 때에도 용이합니다. 전산화된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수집에 대한 비용을 크게 줄였으며, 항생제 내성 관련 정보를 표준화하여 수집 데이터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이점을 가집니다. 체계적인 내성균 정보는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감시하고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수집한 항생제 내성균의 출처를 확인하여 확산 경로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내성균 연구의 시초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항생제 내성 문제는 원 헬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원 헬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 동물, 환경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바로 Kor-GLASS 통합데이터베이스가 원 헬스의 교차점이자 시작인 것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문제를 다각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내성균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Kor-GLASS를 비롯한 각 부처(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 식품부, 환경부 등)에서 관리하는 항생제 정보 시스템은 One-Health 기치 아래 통합될 것입니다. 단순히 데이터의 통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여 정책으로 연계될 수 있는 장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에 집중함과 동시에 타 분야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Kor-GLASS 통합데이터베이스가 그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4년 영국 경도상 위원회는 인류 최대 난제로 1천만 파운드(약 172억 원, 노벨상금의 11배)의 상금을 내걸고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해결책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경도상이란 1700년대 영국 의회가 당시 난제였던 바다에서 경도를 측정하는 법을 개발하는 데에 수여한 상입니다. 현대에는 바다에서의 경도 측정이 쉬운 만큼, 언젠가는 항생제 내성도 원 헬스와 Kor-GLASS를 통해 극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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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작성자 : BS실 조일흠 개발자

Posted by 人Co

2017/12/13 16:47 2017/12/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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