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영상 분석의 개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고, 그중 의료 영역 내에서도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영상 이미지로 정상 유무를 판정하거나 병리 영상 데이터 분석에 쓰이는 판독보조, 음성 인식 의무기록이나 생체 신호 모니터링과 같은 진료보조, 유전체 데이터 분석 기반의 신약개발 등 인공 지능 기반의 의료 진단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의료 영상 판독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다루어지는 영상 이미지는 모두 디지털 이미지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이 디지털 이미지를 직접 보며 판단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에 인공지능이 들어오면서 영상 판독 시간이 5분에서 20초로 줄어들거나 두 명 중 한 명의 전문의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의료 영상 분석의 발전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요소는 의료 영상 처리 기술과 딥러닝입니다. 딥러닝의 적용은 기존에 사용해오던 기계학습의 효율을 넘어 전문의에 따르거나 이를 넘어서는 결과들이 등장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의료 영상 분석을 하기에 앞서 일반 영상과 달리 의료 영상이 가지는 특성들을 알아보고, 의료 영상 처리 및 분석 기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며 워밍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Image Acquisition


우선 이미지를 얻는 원리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봅시다.
카메라의 기본 원리는 Light source로부터 빛을 쏘아서 어떤 물체에 닿으면 특정 빛이 반사되고, 이 반사된 빛을 센서로 취득해서 전기신호로 바꿔주면 명암차이로 영상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카메라는 light source가 가시광선이고 이를 취득할 수 있는 CCD, CMOS 센서를 쓰는 데 반해, 적외선을 쏘고 이를 detection 할 수 있는 센서를 놓으면 적외선 카메라, X-ray 신호를 주고 이를 detection 할 수 있는 센서를 놓으면 X-ray 시스템이 됩니다.


[Fig. 1] Electromagnetic spectrum
 

그럼 light source에 따른 다양한 의료 영상 데이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가시광선을 이용한 의료 영상 :

  • Endoscopy (내시경) : 위, 장 내시경 검사 시 사용하는 것으로, 내시경 앞부분에 light source와 CCD 센서가 모두 있어서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 Microscopy (현미경) : 조직 검사 시 현미경의 접안렌즈, 대물렌즈를 이용해 작은 물체를 크게 확대해서 보여줍니다.

방사선을 이용한 의료 영상 :

  • X-ray : X-tube에서 light source를 내보내고 몸을 통과하는데, 각 부위 조직의 투과된 x-ray intensity 차이로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 CT (Computed Tomography) : 인체의 단면 주위를 돌며 다각도에서 x-ray 영상을 찍고, 여러 장의 2D x-ray 이미지를 합쳐 한 장의 3D 영상 이미지로 만듭니다. 수 초 내로 짧은 시간 안에 3D 영상을 얻을 수 있지만, 방사선에 노출되고 조영제를 사용하여 몸 밖으로 배출이 잘 안 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 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의약품(방사성 포도당)을 몸에 주입 후, 인체의 360도에서 이를 detection 후, 3D 영상 이미지로 만듭니다. 포도당 대사는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으므로 PET에서 밝게 나와 암 조기진단에 유용하게 쓰입니다. 신진대사를 볼 수 있어 조기진단이 가능하지만, 방사선을 몸에 주입하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기장을 이용한 의료 영상 :

  •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 light source는 아니지만, 자기장을 걸어주어 몸 안의 수소 원자들이 근육, 지방 등 tissue에 따라 도는 속도의 차이를 바탕으로 3D 영상을 만듭니다. 방사선 노출이 없어 몸에 유해하지 않고, brain처럼 soft tissue들을 잘 구분해서 볼 수 있으나, 비싸고, 찍을 때 소음이 나며, 영상을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밖에 심장, 태아 검사를 위한 초음파나 망막 단층검사를 하기 위한 근적외선을 이용한 영상 등이 있습니다.


Digital Image Acquisition

이렇게 찍은 영상들은 디지털화를 하는데요, 격자로 쪼개서 화소들의 이차원 배열로 표현하는 sampling, 각 화소의 컬러 범위를 결정하는 quantization을 거칩니다.

[Fig. 2] Digital image acquisition process

이때, 디지털화된 이미지는 다음의 요소들로 표현합니다.

  • Resolution : Sampling이 이루어지는 매트릭스 갯수 (이미지 사이즈)
  • Intensity : 각 sampling point (2D에서는 pixel, 3D에서는 voxel) 에서의 값
  • Gray level : quantization의 단계 (보통 0~255까지 256레벨)
 
 

 
PACS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그렇다면 이 디지털 이미지가 병원 시스템에서 어떻게 동작할까요? 영상 장비에서 얻은 디지털 의료 영상 이미지는 병원의 PACS 서버로 전송되고, 의사들이 client system을 이용해서 영상을 띄워서 봅니다.
 

[Fig. 3] PACS system

여기서 PACS는 의료 영상 저장 전송 시스템을 말하며, 디지털 영상 이미지를 DICOM이라는 국제표준 규약에 맞게 저장, 가공, 전송하는 시스템입니다. DICOM으로 저장될 때 판독결과와 진료기록이 추가될 수 있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병원 내외의 단말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DICOM (Digital Imaging and Communications in Medicine)

그럼 의료 영상을 다루기 위해 DICOM에 대해 더 살펴보겠습니다. DICOM은 의료용 기기에서 디지털 영상 표현과 통신에 사용되는 표준을 총칭하는 말로 북미방사선학회(RSNA)에서 1990년대에 정한 국제 표준입니다.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정제하는 것이 어려운데, 여러 분야 중 그나마 영상 분석이 수월한 것은 이 DICOM 국제 규약에 의해 표준화 돼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의 DICOM single format (.dcm)은 기본적으로 header와 image 정보가 있습니다.

  • Header
    • header에는 태그별로 환자 정보, 영상 취득 날짜 등 부가적인 meta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주로 참고할 만한 태그로 (0008,~)에는 modality 및 study에 대한 정보, (0010,~)에는 환자 정보, (0028,~)은 dimensions 및 scale 등 이미지 정보들을 담고 있습니다.
    • (0028,~) 이미지 정보 예시로는 3차원 이미지의 x,y,z가 몇 개의 voxel로 구성되어 있는지 나타내는 dimensions, 한 voxel의 x,y,z가 각각 몇 mm인지 나타내는 voxel spacing, 영상마다 보기에 최적화된 pixel 범위 기준인 window center, window width 등이 있습니다.
    • 이 header 정보들은 이미지에서 필요부분을 추출할 때 기준방향과 pixel 및 voxel의 실제크기 등 변환 연산에 필요한 정보로 이용되고,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이미지들의 voxel spacing을 맞춰야 유의미한 분석이 됩니다.


[Fig. 4] 프리웨어인 Sante DICOM Viewer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본 한 장의 DICOM 파일의 header 정보


  • Image data
    • 압축된 비트맵(bitmap) 또는 압축되지 않은 형식(jpeg, gif..)의 이미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지 매트릭스에 한 pixel마다 intensity 값이 있습니다.
 



[Fig. 5] 프리웨어인 Sante DICOM Viewer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본 한 장의 DICOM 파일 이미지



이외에 Nifti (nii) 등 다른 포맷들이 있는데, 파일이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 영상 정보와 헤더 정보가 따로 있습니다. (예시: Analyze (hdr/img), Raw data (mhd/raw))

 


 
의료영상을 시각화하여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도구를 이용합니다. 간단한 사용방법과 직관적인 사용자 Interface를 갖고 있는 Sante DICOM Viewer, segmentation을 잘 그려주는 것이 장점인 ITK-snap, 병리 영상 분석에 최적화된 Qupath, 이 밖에 MITK, MRICron, 3D Sicer, ImageJ 등을 활용합니다.
 


[Fig. 6] ITK-SNAP 을 이용한 brain MRI
 
그림과 같이 ITK-SNAP를 이용했을 때 3차원 상에서 이미지를 보고 헤더 정보도 별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ontrast를 조절해서 특정 영역만 보는 등 기본적인 이미지 프로세싱을 서포트하고, 원하는 영역을 segmentation 해서 여러 장을 그리면 쌓아서 3D volume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3D 영상은 3가지 방향에서 볼 수 있는데, top-down 방식의 axial 뷰, 몸을 left-right로 나누는 sagittal 뷰, anterior-posterior로 나누는 coronal 뷰가 있습니다.
 

[Fig. 7] Image reconstruction planes


 
 
의료 영상은 일반 영상과 확실히 다른 특징들을 보입니다. 그러므로 분석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요, 몇 가지를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 영상은 대량의 데이터를 얻기 힘들고, 지도학습에 필요한 레이블 정보를 얻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PACS 시스템을 이용해서 병원마다 많은 영상 데이터는 있지만, 제도적, 사회적 이슈로 인해 데이터 접근이 쉽지 않고, 병변의 위치를 레이블링하는 것도 숙련된 전문의의 판독이 필요한데 PACS에서 얻는 영상들은 레이블링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필요한 데이터 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론의 개발이 중요합니다.
또한, 3D 영상이 많고 영상의 크기가 상당히 큽니다. 2015년 이미지넷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영상 분류에서 기준 영상은 짧은 변 기준으로 최대 640픽셀 크기를 입력으로 받았는데, 흉부 X ray영상은 한 변이 2,000픽셀 이상이고 유방촬영영상은 4,000픽셀이 넘으며, 병리 영상은 10만 픽셀보다 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산 능력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객체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작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잘 검출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로 합니다.
이 밖에 같은 질병의 같은 조직 영상이라도 나이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고, 영상 이미지 외에도 성별, 흡연, 음주여부 등의 기타 정보들을 분류 분석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의료 영상 데이터를 이용한 여러 분석 중 4가지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Classification
전형적인 computer vision 문제로, 영상 이미지를 보고 정상인지 환자인지 분류합니다. 보통 의료 영상 분석은 분류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Segmentation
영상에서 organ(장기)나 nodule(결절)과 같이 관심 있는 특정 영역을 추출합니다. intensity값으로만 구분하는 thresholding, 시작점과 비슷한 값을 assign해 나가는 “seeded” region growing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Enhancement
영상에 noise가 있거나 해상도가 낮은 경우 영상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Intensity의 분포를 가지고 value를 바꿔주는 histogram processing, pixel 주변을 보고 블러를 통해 노이즈를 감소하는 smoothing 및 영상의 edge 부분을 강조하는 sharpening과 같은 spatial filtering이 있습니다.
Registration
각기 다른 영상들을 모았을 때 비교할 수 있게 잘 맞춰주는 방법입니다. 파노라마나 시차를 두고 영상을 취득했을 때 이미지를 합침으로 이미지가 이어진다거나 차이점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의료 영상 분석을 위해서 기계학습은 지난 몇십 년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고, 가장 보편적인 용도 중 하나가 병변 또는 장기와 같은 대상을 병변 또는 비병변, 악성 또는 양성종양처럼 특정 부류로 분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기계학습은 특징 입력을 통해 클래스(암 또는 비암) 분류를 위한 최적의 경계를 설정하고, 새로운 미지의 객체(병변)가 속한 클래스를 찾는 데 쓰였습니다. 마치 동그랗고 주먹보다 작은 특정 사이즈에 노란 형광 빛을 가진 특징을 가진 것이 테니스공이라고 분류하듯이요. 그런데 이것은 병을 못 찾거나 오진을 만들어내며 문제점이 많았었습니다. 이후, 딥러닝이 도입되면서부터 이미지 입력을 통해 분류 성능이 월등히 좋아지고 인간의 영상 인식 수준을 넘어서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테니스공 이미지를 보여주고 학습을 시키는 것이지요.
 

[Fig. 8] 딥러닝 도입 전후 기계학습
 
딥러닝이 도입된 이후 기계학습은 분할(segmentation), 수작업 특징 추출(handcrafted feature extraction) 및 특징 선택(feature selection) 단계가 필요하지 않고, 분할 오류나 비효율적인 기능을 피하면서 end-to-end 머신러닝 패러다임을 제공합니다. 이때 대표적으로 쓰이는 모델이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고, 최근에는 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영상 간의 번역이나 변환에 사용되며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거나 판독의 정확도를 향상하는데도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이상 의료 영상 분석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배경 지식과 전반적인 개념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환자의 CT영상을 통해 코로나 19로 인한 폐렴 병변을 정량화하는 등 국내외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많은 의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들이 개발 및 활용되고 있습니다. 향후 의료 영상과 유전체 정보를 통합하여 분석함으로써 질병의 조기진단 및 예후 예측,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가능케 하리라 봅니다. 이 글에서 딥러닝 알고리즘이나 수식 등 분석에 대해 깊이 다루지는 않았지만, 의료 영상 분석을 시작하는데 앞서 기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Posted by 人Co

2020/09/27 18:26 2020/09/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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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토의 역설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질병입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암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물론, 환자의 5년 생존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조기 발견하는 경우 7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암은 여전히 무서운 질병입니다.
 
암의 발병 원인은 다양하지만, 세포의 돌연변이 누적이 주원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상 세포는 세포 주기에 따라 일정한 기간이 지나거나 돌연변이가 누적되면 사멸하게 됩니다. 암세포의 경우 정상 세포와는 달리 누적된 돌연변이에 의해 세포로서 기능하지 못하면서도 사멸하지 않고 지속해서 증식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를 밀어내고 다른 세포들이 사용해야 할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신체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영양분 흡수가 쉽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혈관을 생성(Angiogenesis)해서 영양분을 수급하는데, 이러한 혈관은 암 전이를 쉽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암은 세포의 돌연변이 누적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모든 생물이 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생충에게도 암이 발병하며, 수천만 년 전 지구에 생존했던 공룡의 화석에서도 암에 걸렸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1977년, 영국의 통계학자이자 역학자인 리차드 페토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리차드 페토는 세포의 돌연변이 누적으로 암이 발병하는 거라면, 생물의 사이즈가 크고 수명이 길수록 암 발병률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웁니다.
본인의 가설을 바탕으로 실제 사람과 쥐의 암 발생률에 관한 연구를 합니다. 사람과 쥐는 세포 수는 약 1,000배, 수명은 30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암 발생률도 양의 상관관계 (positive correlation) 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는 쥐나 사람이나 암 발생률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그의 가설이 틀렸음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발견한 페토는 이를 “페토의 역설 (Peto’s paradox)” 라고 명명합니다.
그는 이 현상을 인간이 신체 사이즈가 커지고 수명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메커니즘 또한 함께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Fig. 1] 페토의 역설 요약

위 [Fig. 1] 이미지와 같이 종 내(intra-species)에서는 신체 질량이 암 발병률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종 간(inter-species)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후 많은 연구진이 페토의 역설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2015년에 발표된 Schiffman 연구진의 연구결과입니다. 2015년 유타 대학교의 Schiffman 교수 연구진들이 San Diego 동물원의 쥐, 코끼리 등을 포함한 36종의 포유동물을 부검해서 암에 의한 사망률을 조사합니다. 이들은 종간 신체 크기나 수명 등은 암 발병률과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없음을 발표합니다.
 

 
[Fig. 2] 36개의 포유동물의 암 발병률

위 그래프를 통해 종의 수명이나 크기는 암 발병률과 상관관계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암 발생률이 낮은 다른 종의 암 억제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암 발생률이 5% 내외로 알려진 코끼리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Schiffman 교수 연구진과 시카고대학교 Lynch 교수의 연구진이 2015년에 발표한 두 연구 결과에 의하면 코끼리는 암 억제 유전자로 알려진 TP53 유전자를 사람보다 더 많이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포유류 대부분이 보유하고 있는 TP53 유전자는 사람의 경우 유전자가 하나이지만, 코끼리의 경우 20개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TP53 유전자는 DNA가 손상된 세포의 복구나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Li-Fraumei syndrome(LFS) 라는 질병은 TP53 유전자 결함에 의해 발병하게 되는데, 이 환자의 경우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코끼리의 TP53 유전자의 경우 손상 세포의 복구보다는 손상 세포를 소멸시키는 메커니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 시카고 대학의 Lynch 교수 연구진은 코끼리가 가지는 또 다른 항암 메커니즘을 밝혀냅니다. 코끼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LIA 6 라는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도 TP53 유전자에 의해 활성화되어 DNA가 손상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유전자로 밝혀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를 좀비 유전자라고 칭하는데, 수천만 년 전까지 위유전자(pseudogene)로 존재하던 LIF 유전자 중 하나인 LIF6 유전자가 진화과정 중 발생한 변이 때문에 TP53 유전자로 인해 활성화되었기 때문입니다.
 

[Fig. 3] 코끼리의 LIF6 유전자의 세포자살 유도 메커니즘

이외에도 암에 거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벌거숭이두더지쥐나 고래 등도 주요 연구 대상 중 하나입니다. 두 종 모두 노화 정복을 위해 연구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종이기도 합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면서, 조기 발견 시 완치율도 높고 환자의 5년 생존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암은 여전히 무서운 질병 중 하나입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여전히 이 이론에 의문을 품고 있지만, 페토의 역설은 오늘날 암을 정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구글 자회사인 캘리코 사에서는 현재 생명연장 프로젝트에서 벌거숭이 두더지쥐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고, 코끼리의 항암 메커니즘을 밝혀냈던 두 연구자는 이를 응용하여 코끼리의 항암 단백질을 이용한 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생기업 기업을 세웠습니다.

사람 이외의 동물들에 대한 항암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들은 여전히 시작단계이고, 밝혀진 부분보다는 밝혀져야 할 부분들이 많겠지만, 언젠가 이 연구들이 성과를 보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 Viviane Caliier, 2019, Solving Peto’s Paradox to better understand cancer. PNAS.
  • Marc Tollis et at., 2017. Peto’s Paradox: how has evolution solved the problem of cancer prevention?. BMC Biology.
  • Lisa et al., 2016. Potential Mechanisms for Cancer Resistance in Elephants and Comparative Cellular Response to DNA Damage in Humans. JAMA
  • 박수경, “[캔서앤서 A to Z] 암, 정체가 뭐지? 왜 생기는거지?”, <CANCER ANSWER>
  • 엄남석, “코끼리에게서 암 정복 길을 찾다.. ‘좀비유전자’ 규명”, <연합뉴스>

작성자 : BS실 박서우 주임개발자

Posted by 人Co

2020/09/14 00:05 2020/09/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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